🌿괜찮다고 말해버린 날들
– 미뤄둔 마음의 기록 –
마음이 전혀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생각보다 쉽게 “괜찮다”고 말해본 적 있나요.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을 때도,
하루의 끝에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밤에도,
그 말은
생각보다 먼저 입 밖으로 나옵니다.
마음속은 전혀 그렇지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인 것처럼
조용히 넘겨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괜찮다고 말해버린 날들이
조금씩 쌓여갑니다.

🌿 어릴 때는 적어도 감정을 숨기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힘들면 그대로 드러냈고,
버티지 못하겠으면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곁에 있었고,
그 서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감정과 보살핌은 늘 함께였지만,
그때는
그 둘을 하나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따뜻함이 좋았을 뿐,
그게 사랑이라는 사실까지는
닿지 못했던 것입니다.


감정을 말할 줄 아는 아이
🌿 사랑을 ‘잘해야 얻는 것’으로 믿고 있던 시절
사랑을
‘잘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던 시절.
조건 없이 곁에 머물러주던 시간조차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어떤 상황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잠깐의 온기로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 온기를 조금 더 붙잡고 싶어서
힘든 순간조차
견딜 만하다고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이미 이전의 어느 순간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1화] 잘해야 사랑받는 줄 알았던 나 | 그때는 몰랐던 사랑 – infjsoul.com
🌿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만 더 안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
문제없이 지나가는 하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
그것들이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 괜찮다고 말해버린 날들이 쌓여갔습니다
힘들다는 말 대신 괜찮다는 대답을,
도움을 바라는 마음 대신
혼자 정리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 넣으면
없던 일처럼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더 단단한 모습이고,
그게 더 안전한 방식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괜찮다고 말해버린 날들이 이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괜찮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마음은 더 또렷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마음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괜찮아지지 않았고,
정리했다고 믿었지만
감정은 그대로 남아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 마음뿐 아니라 몸도 함께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 반복 속에서
변한 건 마음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몸도 함께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쌓이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지만,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쉽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 분명했던 건
괜찮다고 넘겨온 시간들이
결국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무시할수록
더 분명한 신호로 돌아왔습니다.
🌿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번아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조금 늦게 알아차린
번아웃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 괜찮지 않은 나를 가장 오래 외면해온 사람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찮지 않은 상태를
가장 오래 외면해온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
혼자이고 싶지 않아 애쓰던 나인데,
나는
나를 너무 오래 혼자 두고 있었습니다.

🌿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괜찮다’는 말은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을
조금씩 미뤄두기 위한
조용한 핑계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괜찮지 않은 순간이 오면
서둘러 덮어두지 않고,
억지로 괜찮은 척도 하지 않고,
바로 정리하려 애쓰지도 않으려 합니다.
그 상태를
잠시 그대로 두어보는 연습.
🌿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괜찮다고 말해버린 날들이 많았던 만큼,
그 반대의 시간도
천천히 쌓아가려 합니다.

🌿 INFJSoul…
괜찮다는 말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마음이 머물 자리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오늘 하루의 끝에서,
한 번쯤은
조용히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정말 괜찮은지.



미뤄둔 마음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