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릇 리뷰 | 비울수록 채워지는 대화의 온도

— 김윤나 『말그릇』 서평 —

몇 시간을 대화해도 공허한 이유, ‘말이 남는 대화’ 연습법

혹시 이런 경험이 있나요?

분명 웃고 떠들며 많은 말을 나눴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몇 시간을 함께 이야기했는데도 왜 이렇게 공허할까요?

김윤나 소장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말그릇』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2024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 이미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막상 리뷰를 쓰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책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나 다시 읽고, 중요한 문장을 다시 정리하고, 생각이 조금 더 정리된 뒤에야 이 책에 대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오랜 갈증 끝에 만난 『말그릇』은 단순히 말재주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내면의 구조를 점검하게 하는 거울 같은 책이었습니다.

말그릇 리뷰 | 비울수록 채워지는 대화의 온도

– 김윤나 『말그릇』 서평 –

『말그릇』 도서 정보

지은이: 김윤나 (말마음 연구소) 소장

발행일: 2017년 9월 22일

펴낸곳: (주)카시오페아 출판사

말그릇. 김윤나 지음.

1. 왜 우리는 대화 뒤에 공허함을 느낄까?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했던 문장이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할 말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다른 이의 이야기가 들어올 공간이 없다

『말그릇』中

나의 말그릇

몇 시간을 함께 이야기했는데 지나고 나면 그 대화가 공허했던 이유는 대화를 ‘함께’ 한 것이 아니라 내 그릇에 내 말만 담아서 돌아온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화 중에도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 내가 약해 보이지는 않을까?
  • 상대가 나를 비웃지는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종종 뒤늦게 후회합니다.

  • 조금 더 들어줄걸
  • 조금 더 솔직히 말할걸

대화는 말을 많이 한다고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말이 머물 공간이 있을 때 깊어진다는 것을 이 책은 반복해서 말합니다.

2. ‘말’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

프롤로그에서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말’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

『말그릇』中

어디 가서 주먹으로 맞아본 적은 없지만 이 말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서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해야 할 때보다도 말로 받은 상처가 더 오래 남았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편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경계’는 무너지기 쉽다.

『말그릇』中

가깝다는 이유로 덜 다듬고, 더 쉽게 던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가장 깊은 상처가 되어 오래 남게 됩니다.

말그릇_프롤로그

3. 말 그릇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말 그릇’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작은 말 그릇

  • 말을 담을 공간이 없다
  • 말이 쉽게 흘러넘친다
  •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

📌큰 말 그릇

  • 많은 말을 담을 수 있다
  • 담은 말이 쉽게 새어나가지 않는다
  • 필요한 말을 골라낼 수 있다

『말그릇』中

말그릇이 큰 사람 vs. 말그릇이 작은 사람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면 내 이야기의 단어 하나하나에 오해가 생겨 설명을 계속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과는 대화를 하면서 이상하게 편안해지고 해결책을 알려준 것도 아닌데 대화만으로 마음이 안정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차이가 말 그릇의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그릇이 큰 사람과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이 말을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말 하나하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하나입니다.
충고보다 경청을 먼저 한다는 것.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나는 듣고 있어.”

말의 진정한 힘은 말을 할 때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생긴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말그릇을 키우는 세 가지 요소

당신의 ‘말’은 당신을 닮았다.

『말그릇』中

내가 하는 말은 결국 나를 닮습니다.
그래서 말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 자체가 아니라 말을 만들어내는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작가는 말 그릇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를 설명합니다.

(1) 감정: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2) 공식: 삶의 경험이 쌓이며 만들어진 생각의 방식

(3) 습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의 반응 패턴

말을 바꾸려면 말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릇을 빚다 보면 틈이 생기고 결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그 균열을 발견하고 정성껏 매만져야 단단한 그릇이 됩니다.

말 그릇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말그릇』을 읽는 시간은 말하기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말그릇_나를 알아가는 과정


5. 아픈 깨달음: ‘교정반사’의 함정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개념 중 하나는 교정반사입니다.
교정반사는 상대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쳐주고 싶은 욕구를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고 할수록
사람은 더 저항하게 된다.

저 역시 대화를 할 때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기보다 해결책을 먼저 말하려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능력
일지도 모릅니다.

말그릇_말하기와 듣기(공감)


6. ‘듣기’가 만드는 대화의 온도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 평가하지 않을 사람
  •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을 사람
  • 고치려고 하지 않을 사람

이 책을 읽으며 대화의 깊이는 말솜씨가 아니라 안전함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안전함은 말을 많이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잠시 내려놓을 때 생깁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비울수록 채워지는 대화의 온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7. 말그릇은 곧 ‘삶의 그릇’

책을 읽으며 말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말그릇』은 대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나와 사람을 이해하는 책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 책에는 실제로 연습할 수 있는 문장들도 제시됩니다.

저는 그 문장들을 모아 한 장의 문제지처럼 만들어 저와 소중한 사람에게 함께 작성해 보도록 했습니다.
완성된 문장들을 보며 서로가 살아온 삶과 각자의 언어가 달랐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말그릇_공식 찾기_문장완성 검사

📖 이제부터는 그릇을 다듬어가는 시간

대화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담아둘 수 있는 사람이 깊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내 말그릇을 돌아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 말그릇을 들여다보고 넓고 깊고 단단하게 조금씩 다듬어 가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말그릇_나의 말그릇을 만들고 다듬어 가는 시간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시나요?

말이 많은 사람인가요,
아니면 잘 들어주는 사람인가요?


말그릇 리뷰 | 비울수록 채워지는 대화의 온도

– 김윤나 『말그릇』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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