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사랑받는 줄 알았던 나 | 그때는 몰랐던 사랑

🌿잘해야 사랑받는 줄 알았던 나

– 그때는 몰랐던 사랑 –

저는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늘 조심했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부족해 보이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애쓰는 동안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받는 법은 알고 있었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법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야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썼을까.’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가
내가 잘해서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 편했고, 그래야 덜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어떤 사랑은
설명할 이유도 없이
그냥 나에게 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자주 다치고 아픕니다.

세면대에 팔꿈치를 부딪히고,
작은 통증 하나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무너집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나 아파요”라고 말했을 때
다정하게 걱정해주는 그 말이 더 그리워집니다.

그 말은
엄마에게서만 들을 수 있었던 말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자주 넘어지던 아이였습니다.

무릎에는 늘 딱지가 있었고,
다 나을 즈음이면 또 넘어지곤 했습니다.

일으켜 세워 놓으면
잠시 괜찮은가 싶다가도
어느새 다시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저를 일으켜 세워주고, 흙을 털어주고,
“많이 아팠지” 하고 안아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사나운 강아지 코 성할 날 없다던데…
우리 똥강아지가 그렇네.”

그러고는
무릎에 빨간약을 발라주시고, 호호 바람을 불어주셨습니다.

무릎은 분명 아팠는데요.
왜 마음은 그렇게 따뜻했을까요.


저는 손발이 늘 차가운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더 심해져서
밖에 다녀오기만 하면
손과 발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아무 말 없이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엄마는 제 손을 감싸 쥐어 녹여주셨고,

손은 엄마 손에,
발은 엄마 엉덩이 밑에 넣고
가만히 녹이곤 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저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했고,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그 기억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한겨울, 회사를 다녀와 집에 들어오면
저는 여전히
손발부터 녹여야 했습니다.

이제는
엄마가 아닌
스스로의 체온으로 녹여야 했지만,

그 순간마다
문득 떠오릅니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던
그 따뜻한 온기가요.
그 온기가 마음과 손발을
더 빨리 녹여줍니다.


그리고 저는
사랑받는 것에만 집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사랑을 놓칠까 봐,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조급했던 나머지
정작 제 앞에 있던 그 큰 사랑을
있는 그대로 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을까요.


지금은 ‘봄이’를 키우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저 봄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요.

우리에게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자기답게 살아도 된다는 것,
그 사랑에는 아무 조건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마냥 밝고 건강하기만
바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문득 생각합니다.

엄마도 저를 보며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고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 사랑을 더 마음껏 받아들이고
조금은 돌려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덜 후회하는 날들을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이렇게 말해봅니다.

저는 그때도 사랑했고,
지금은 그 사랑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마음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생각은 흔들릴 수 있지만,
글은 남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따뜻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남겨봅니다.


🌿INFJSoul

사랑은
잘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서
받을 수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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