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바라보게 되는 꽃, 수국

오래 바라보게 되는 꽃, 수국

– 민화로 수국을 그리며 떠올린 부모의 사랑 –

🌿 몽글몽글 피어난 마음 같은 꽃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이면
길가나 커피숍 한켠에서 수국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동그랗게 피어난 꽃송이는
어쩌면 우리 봄이의 솜사탕 같은 머리 같기도 하고,
맑은 하늘 아래 천천히 떠가는 구름 같기도 합니다.

수국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더 신기한 꽃입니다.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모여
커다란 꽃송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마음들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수국은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꽃입니다.

🍀 꽃잎을 따라가던 시간

정말 오랜만에 민화를 그리며
수국을 그려보았습니다.

꽃잎을 하나씩 따라 그리다 보니
작년에 선물받았던 수국 화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민화. 수국 그리기

🌿 아빠가 준비해 두었던 꽃

대문을 들어서자
마당 한켠에 수국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셨습니다.

“이따 집에 갈 때 가져가라. 꽃 좋아하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걸
아빠가 알고 계셨다는 것도,
그리고 미리 꽃 화분을 사다 두셨다는 것도요.

괜히 마음 한쪽이 간질거렸습니다.

선물로 받은 수국 화분들

🍀 저는 식물을 정말 못 키웁니다

그런데 아빠는 모르고 계신 게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식물을 정말 못 키웁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영양제라고 엉뚱한 걸 주기도 하고,
햇빛과 바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내놓았다가
잎을 말려버리기도 했습니다.

늘 너무 많이 아끼거나,
너무 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적당한 관심이라는 걸 몰랐기에
화분들은 늘 뿌리가 무르거나
잎이 말라가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다육이, 화이트스타, 버킨, 스투키_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 신이 나면서도 걱정되던 마음

그럼에도 저는 꽃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작고 앙증맞은 꽃잎들이
몽글몽글 모여 있는 수국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수국 화분을 차에 실었던 기억이 납니다.

🌿 수국이라는 꽃이 가진 여러 얼굴

수국은 초여름부터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까지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수국의 꽃말은 서로 다른 감정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냉정함, 냉담함, 변덕, 변심.

반대로
진실한 사랑,
진심,
인내심 깊은 사랑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상반된 뜻을 가진 걸까 싶었습니다.

오래 바라보게 되는 꽃, 수국

🍀 부모의 사랑과 닮은 마음

하지만 오래 생각해 보니
사람의 마음도 어쩌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부모의 사랑은 더 그렇습니다.

언제나 다정한 말만 해주는 것은 아니고,
늘 부드럽게만 품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날은 무심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운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가장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사람 역시 부모였습니다.

말없이 기다려주고,
말없이 견뎌주고,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사람.

수국의 꽃말을 바라보다 보니
왠지 부모의 사랑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람도 자신만의 색으로 피어난다

수국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같은 꽃인데도
어떤 흙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푸른빛이 돌기도 하고,
분홍빛이나 보랏빛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왠지 사람과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지는 꽃, 수국

🍀 사람 역시 사랑 속에서 자란다

사람도 결국
자신이 머문 환경 속에서 조금씩 색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을 들으며 자랐는지,
어떤 눈빛을 보며 살아왔는지,
어떤 사랑 안에 있었는지.

그 시간들이 천천히 쌓여
한 사람의 분위기와 마음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음속 토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따뜻한 말은 누군가를 단단하게 키우고,
차가운 시선은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수국의 색을 바라보다 보면
사람 역시 사랑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 꽃잎을 그리며 다시 떠올린 시간

민화로 수국을 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수국은 작은 꽃들이 겹겹이 모여
하나의 둥근 꽃송이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꽃잎 하나를 그리고,
또 그 옆의 꽃잎을 채워 넣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화_수국 그리기

🍀 겨울까지 함께했던 화분

늦은 봄,
아빠께서 선물해 주신 수국 화분들은
겨울이 올 때까지 제 방 한쪽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두고,
시든 잎들을 정리해 주면서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수국

🍀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하지만 몸이 많이 아팠던 시기를 지나며
끝까지 건강하게 키워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때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조차 버거운 시간들이었으니까요.

어쩌면 저는 그때도
무언가를 잘 돌보는 방법보다
지나치게 마음 쓰는 방법만 먼저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수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꽃의 색이 아니라
“아빠가 선물해 준 꽃”이라는 기억입니다.

아마 오래 마음에 남는 건
결국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부모는 시간이 지나서야 보이는 사람

어릴 때는 잘 몰랐습니다.

부모는 원래 강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당연하다는 듯 나를 지켜주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진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느려진 걸음,
숨기려 했던 피곤함,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걱정들.

시간이 지나서야 보이는 사랑

🍀 오래 남는 사랑의 모습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래서인지 이제는
수국을 떠올리면 꽃보다 먼저
따뜻한 울타리 같은 감정이 떠오릅니다.

든든하게 기대어 있던 버팀목.

그리고 세월 속에서 조금은 작아지고 약해졌지만
여전히 오래 마음을 지켜주는 사랑.

아마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더
수국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과 시간이 담긴 기억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래 바라보게 되는 꽃, 수국

– 민화로 수국을 그리며 떠올린 부모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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