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책을 선물받는 일은 참 특별합니다.
책 한 권에는 그 사람이 나를 떠올린 시간과 마음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친구는 표지 그림이 좋아서 샀다고 말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마디를 더 보태고 싶어졌습니다.
"맞아. 표지도 참 좋더라.
그런데 그 안은 몇 배는 더 좋아."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_표지 및 도서정보
🌿 그림이 먼저 마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입니다.
화려한 색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시끄럽지 않습니다.
그림 속에는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꽃도 있고 자연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잡하거나 정신없다는 느낌보다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한참 그림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 느려집니다.
눈이 쉬고,
머리가 쉬고,
마음도 쉬어갑니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판단하던 마음이 잠시 멈추는 경험이었습니다.
🌿 에세이보다 삶의 철학에 가까웠던 책
처음에는 가벼운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마치 삶을 조금 먼저 걸어간 사람이 옆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살아라.”
“너무 시시비비 따지지 마라.”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다.”
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기보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늘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하지만 인생에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도 많습니다.
사람이 떠나는 일도 그렇고,
몸이 아픈 일도 그렇고,
마음이 지치는 일도 그렇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은 조용히 말합니다.
“그럴 수 있다.”
어쩌면 그 한마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았습니다
이 책은 이상하게 읽는 속도를 늦추게 만듭니다.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글을 읽고,
글을 읽다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의 의미를 생각하며 또 읽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었지만,
한 권을 여러 번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 밤에는 계속 그림 감상과 글 감상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 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잠에서 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이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만 가능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그림이 좋았던 이유를 뒤늦게 알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오래 머물렀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에는 늘 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을 사물보다 작게 그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였습니다.
인간과 만물은 크기로 서열을 나눌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바다,
그리고 자연.
그 어느 것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알 것 같았습니다.
왜 이 책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는지.
왜 자꾸 다시 펼쳐 보고 싶었는지.
왜 그림을 보는데 글을 읽는 것 같고,
글을 읽는데 그림이 보이는 것 같았는지.
그림 속에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세계에는 위계가 없습니다.
사람이 자연 위에 서 있지 않고,
동물이 사람 아래에 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저 역시 그 마음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바다를 구분하며 우열을 나눌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끊임없이 특별해지려고 하고,
왜 같은 사람끼리도 서열을 만들고 계급을 나누려고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 끝에서도 결국 이 책은 같은 말을 건넵니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잘 모르겠다는 말에 대하여
책을 읽으며 오래 머물렀던 문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의미를 찾기보다 먼저 보는 일.
판단하기보다 잠시 머무는 일.
그 문장을 읽는데 문득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그림을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종종 먼저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혹시 내가 문외한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 음악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느끼기보다 해석했고,
즐기기보다 정리했고,
감상하기보다 공부했습니다.
퀴즈를 풀듯이,
시험을 보듯이,
숙제를 하듯이.
예술마저도 학습의 대상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림은 설명을 들은 뒤에야 열리는 문이 아니라고.
이미 열려 있으니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그 말을 읽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잘 몰라도 괜찮다고.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그냥 좋으면 좋은 것이고,
그냥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어쩌면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부모님의 품 같은 책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더운 날의 햇빛가리개.
추운 날의 주머니 속 핫팩.
그리고 부모님의 품.
책 속 문장들은 제주도의 날씨처럼 살아 있습니다.
햇살도 있고,
바람도 있고,
비도 있고,
파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요란하지 않습니다.
잔잔하게 곁에 머물며 말을 건넵니다.
“괜찮다.”
“너무 애쓰지 마라.”
“그럴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그 문제를 견딜 힘을 조금 나누어 주는 말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 좋은 책을 선물해 준 친구에게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고마움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난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 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
표지 그림이 좋아서 골랐다고 했지만,
그 선택 덕분에 저는 그림과 글, 그리고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제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고.
그리고 생각해 보니 저 역시 친구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쉬어가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이 책을 통해 받은 너의 위로와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 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을까
책을 덮고 나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힘이 들어 그림을 멀리하고 있었는데 다시 붓을 잡고 싶어졌습니다.
일기를 쓰고 싶어졌고,
오래 잊고 있던 나를 한 번 안아주고 싶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은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더 열심히 살라고도,
더 강해지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삶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가끔은 쉬어가도 된다고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들을 듣고 나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채찍보다 온기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이유들 속에서 자신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를 안아주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잘해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사람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책을 덮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문장이 자꾸 떠오릅니다.
아마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삶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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