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고수는 없었습니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도 단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인간관계의 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사람의 마음도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되고, 인간관계도 그만큼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인간관계에는 하수도 있고 중수도 있고 고수도 있겠지만,
정말 경계해야 할 단계는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스스로를 고수라고 믿는 '초초초하수'입니다.

인간관계의 4가지 단계
🌿 1단계 : 누구나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인간관계 하수’

인간관계의 시작점에 서 있는 ‘하수’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오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역시 저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야. 나를 알아봐 주다니.”
이렇게 금방 안심하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힙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조금만 차갑게 대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 같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때 한 그 말 때문에 실망한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상대의 태도 하나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때로는 자신의 가치까지 의심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 2단계 : 머리로만 이해하는 ‘인간관계 중수’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세상을 겪다 보면 비로소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요.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책에서도 읽었고, 강연에서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머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에 문득 서글퍼집니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다가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타인의 다정한 관심 한 자락에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기뻐합니다.
현실은 인정했지만, 타인의 평가로부터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 3단계 : 경계를 존중하는 ‘인간관계 고수’

인간관계 고수는 조금 다릅니다.
인간관계의 ‘고수’들은 내면의 중심이 단단히 잡혀 있어,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수용합니다.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이들은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억지로 맞추려 하지도 않고,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지도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관계의 거리도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습니다.
⚠️ 4단계 : 가장 경계해야 할 복병, ‘인간관계 초초초하수’

그런데 가장 위험한 단계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인간관계의 완벽한 고수’라고 굳게 믿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 단계를 저는 ‘초초초하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안 봐도 뻔해.”
상대방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보고 그 사람의 깊은 속내와 본질까지 다 꿰뚫어 보았다고 자만합니다.
상대를 쉽게 규정하고, 이해했다고 자신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확신의 순간부터 오해가 시작됩니다.
사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다 알지 못합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시시각각 변하고 흔들리는데, 어떻게 타인의 그 깊고 복잡한 우주를 다 안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넓으며,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 ‘진짜 어른’의 온도
살면서 가끔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참 닮고 싶은 어른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그분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태도가 있습니다.
사람을 절대로 함부로 판단하거나 단정 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정답이라며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었고, 깊은 연륜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늘 겸손하게 속삭입니다.
“사람은 참 알면 알수록 어려워요.”
그렇기에 그들은 매 순간 타인을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앞에 늘 경외심과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 저는 인간관계의 화려한 기술자나 고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은 참 어렵고 조심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마음도 다 헤아리지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인간관계의 고수는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겸손한 태도야말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덜 서툰 인간관계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왜 알면 알수록 어려워질까요?
– 인간관계의 고수는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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