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되면 알게 되는 것들

누군가는 인생을 소풍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생일은 어린 시절 소풍 가던 날과 조금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괜히 아침부터 마음이 들뜨고,
평소와 같은 하루인데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면 생일이 의미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 주고,
함께 기뻐해 주는 일은 참 따뜻합니다.

어쩌면 생일 축하는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당신은 여기 있어도 괜찮아요.”
“당신의 자리가 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이상하게 안심이 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아도 된다고,
다시 한번 자리를 내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생일은 기쁨만 있는 날은 아닙니다.

그리움이 짙어지는 날

어느 순간부터는 그리움도 함께 찾아오는 날이 되었습니다.

생일 축하를 받을수록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오늘 가장 축하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아닐까.

예전에는 생일이 되면 엄마에게 꽃을 사다 드리거나 화장품을 선물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늘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

생일은 내 생일이었지만,
어쩌면 엄마에게 감사하는 날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 허전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곳이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올해는 나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이번 생일에는 조금 다른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바로 나태주 시인의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였습니다.

사실 이 시집은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책입니다.
요즘은 음악보다 오디오북을 더 자주 듣습니다.

특히 나태주 시인이 직접 읽어주는 시는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딸을 생각하는 다정한 아버지가 곁에서 시를 읽어주는 것 같은 목소리.

물론 엄마의 목소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따뜻함만큼은 어딘가 닮아 있었습니다.

좋은 구절이 나올 때마다 멈추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계속 앞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듣고,
또 다시 듣다가 결국 이번 생일에 책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귀로만 듣지 않고,
손으로 넘기며 오래 읽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시집은 책이라기보다
생일날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는 어떤 사람인가 되짚어 보게되는 날

생일에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누군가의 눈에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유난히 책 선물이 많았던 생일

요즘 저는 책을 많이 읽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도 책을 펼치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도 책을 읽고,
잠들기 전에도 몇 장씩 읽다가 하루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는 이유가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책 속에서 위로를 받고,
질문을 만나고,
누군가의 경험을 빌려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생일에는 유난히 책 선물이 많았습니다.

평소 읽고 싶다고 지나가듯 이야기했던 책을 기억해 선물해 준 신랑.

서점에서 내 생각이 났다며 책을 안겨준 친구.

무심코 던진 말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었고
지나는 길에 누군가 나를 떠올려 준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책 한 권에는 책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는 시간.
이 책을 좋아할까 고민했던 마음.
지금의 나를 생각했던 순간들.

그래서 특히 책 선물은 책을 고르는 그 순간부터 책을 펼쳐 읽는 내내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한 상자 가득 담긴 마음

친구가 보내준 소포.

상자를 열어보니 책도 있고,
간식도 있고,
문구류도 있고,
작고 귀여운 물건들도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하나씩 꺼내다 보니 웃음이 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것들만 골라 담았을까.’

선물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한 달 넘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것이 어울릴지,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그래서 선물을 받을 때면 물건보다 마음이 먼저 보입니다.

이 사람이 나를 생각했을 시간.
내 이름을 떠올렸을 순간.

그 마음이 느껴져서 선물은 늘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손편지를 읽으며

그리고 그 어떤 선물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손편지였습니다.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그 성격이 그대로 담겨있는 편지.

장난스러운 이야기.
웃긴 이야기.
안부를 묻는 짧은 문장들.

평소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인데 읽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찡해집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편지를 써내려 간 친구의 마음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이를 꺼내고,
무슨 말을 쓸지 고민하고,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적고,
다시 읽어보고,
봉투에 넣고,
그리고 우체통까지 가는 시간.

그래서 손편지를 읽을 때면 편지에 적힌 한 글자 한 글자를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가지런히 예쁜 글씨 속
조금 삐뚤어진 글씨.
힘주어 눌러 쓴 자국.
잠시 멈췄다가 이어 쓴 흔적.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이 문장을 쓸 때 어떤 표정이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적었을까.’

그 마음이 크고 따뜻해 어느새 저는 웃게 됩니다.

🌿 나는 사랑받고 있었구나

생일 선물과 편지를 하나씩 펼쳐보며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 이 친구에게 보이는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우리 가족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구나.”

내가 생각하는 나와,
누군가가 바라보는 내가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생일은 어쩌면 잠시 어린아이가 되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물을 펼쳐보고,
편지를 여러 번 읽어보고,
괜히 웃고,
괜히 울컥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구나.
지금도 사랑받고 있구나.

엄마의 딸로 살아왔던 시간들이 있었고,
지금은 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던 아이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돌보는 사람이 되어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계절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 우리 마음에 조금씩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이 되면 알게 됩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내가 미처 다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들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건네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 오늘의 노래

생일에 받은 편지와 선물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나의 사춘기에게” _볼빨간사춘기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위로해 주기도 하는 노래입니다.

생일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지금의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생일에 받은 선물과 편지를 다시 한 번 펼쳐보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내가 기다리던 봄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내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일이 되면 알게 되는 것들

📖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오래 바라보게 되는 꽃, 수국 – infjsoul.com

LET ME | 이제는 나를 향해 살아가는 연습 – infjsoul.com

비 오는 날에는 아무도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infjsoul.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