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업무 중 들은 불편한 말,
가까운 사람의 무심한 표정,
걱정되는 미래에 대한 생각.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순간에도 비교적 빨리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강한 사람이어서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만의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방법 중 하나를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릅니다.
🌿 앵커링이란 무엇일까요?
앵커링(Anchoring)은 영어 Anchor(닻)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배가 닻을 내려 제자리를 지키듯이, 사람도 특정 행동이나 감각을 통해 원하는 마음 상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심리학과 코칭 분야에서는 특정 행동, 감각, 말 또는 이미지를 원하는 감정 상태와 연결하는 것을 앵커링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감정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마음의 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이미 앵커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앵커링이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몰랐을 뿐,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작은 앵커가 있습니다.

시험 전 같은 펜을 사용하는 이유
어떤 사람은 중요한 시험이 있을 때마다 같은 펜을 사용합니다.
그 펜을 잡는 순간 이전의 성공 경험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운동선수들이 루틴을 만드는 이유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장갑을 고쳐 끼고 배트를 두드리는 모습.
골프 선수가 스윙 전에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
이 역시 집중력을 높이고 긴장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앵커링입니다.
특정 음악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이유
어떤 노래를 들으면 학창 시절이 떠오르거나,
특정 장소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음악 역시 감정과 연결된 강력한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 내가 했던 앵커링
예전에 CS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민원 전화를 응대하는 업무에서는 때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때 강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는 친절하게 응대하되,
자신만의 작은 제스처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손바닥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거나,
손가락을 가볍게 맞대는 행동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상황에 화가 난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기분과 반응을 내 몫처럼 떠안으며 살았습니다.
누군가 화를 내면 내가 잘못한 것 같았고,
누군가 실망하면 내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단순한 응대 기술로 들렸던 앵커링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감정의 경계를 지키는 연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앵커링 방법
앵커링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불안할 때
-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맞댄다.
-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라고 속으로 말한다.
화가 날 때
-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 창밖을 잠시 바라본다.
- 어깨 힘을 빼고 숨을 내쉰다.
자신감이 필요할 때
- 가슴을 펴고 바르게 선다.
- 과거에 잘 해냈던 순간을 떠올린다.
- 자신만의 짧은 문장을 반복한다.

예를 들면,
“그럴 수 있지.”
“Let Them, Let Me”
“나는 해낼 수 있다.”
“괜찮다.”
“지금도 충분하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이면 된다.”
“한 걸음씩 가자.”
같은 문장도 좋은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 나만의 앵커를 만드는 방법

1단계. 원하는 상태를 정합니다
먼저 어떤 마음 상태가 필요한지 생각해 봅니다.
- 차분함
- 자신감
- 집중력
- 용기
2단계. 루틴으로 사용할 간단한 행동을 정합니다
- 손가락 누르기
- 손바닥 펴기
- 심호흡하기
- 짧은 문장 말하기
3단계. 반복해서 연결합니다
평소 마음이 편안할 때 그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러면 뇌는 그 행동과 감정을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 불편한 감정이 들 때, 같은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원래의 마음 상태를 조금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 흔들립니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흔들린 뒤에도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앵커링은 대단하거나 복잡한 심리 기술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너무 멀리 떠내려가지 않도록 붙잡아 줄 작은 닻 하나를 마련해 두는 일입니다.
혹시 요즘 마음이 자주 흔들린다면,
나만의 작은 앵커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그 작은 닻 하나가,
흔들리는 날에도 우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줄지 모릅니다.


앵커링(Anchoring)|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붙잡는 심리적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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